별자리 이야기

컵자리(Crater), 까마귀자리(Corvus)

심토리니 2023. 6. 17. 0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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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의 남쪽하늘은 어두운 바다뱀자리가 길게 누워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뚜렷하게 눈에 띄는 별들이 거의 없다. 

 

바다뱀자리의 별들도 4등성 이하의 별들이 대부분이어서 북쪽의 밝은 별들과는 큰 대조를 이루다.


그런데 이곳에는 새순처럼 눈에 띄는 사다리꼴의 작은 별무리가 유일하게 시선을 끌고 있다. 

 

다른 곳에 있었다면 별로 관심을 끌지 못하는 별들이 있겠지만 어두운 별들만이 있는 이곳에서는 매우 잘 알아볼 수 있
는 별무리이다. 

 

이들이 만드는 별자리는 모양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까마귀자리이다. 

 

까마귀의 동쪽으로 컵의 별자리가 있다. 

 

모양은 정말 그럴듯한 별자리인데 워낙 어두운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 찾아내기가 힘든 별자리이다.


봄밤에 남쪽 하늘을 수놓은 이 두 개의 작은 별자리는 어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컵자리

 

학명 / Crater
약자 / Crt
영문표기 / The Cup the Bowl the Goblet
위치 / 적경 : 11h 20m 적위 : -15°
자오선 통과 / 5월 8일 오후 9시

 

컵자리의 주요 구성 별

 

학명 고유명 의미  밝기(등성) 색깔 거리(광년)
𝛼 Crt Alkes 술잔 4.2 오렌지색 160
  Alker        

 

 

까마귀자리

 

학명 / Corvus
약자 / Crv 
영문표기 / The Crow
위치 / 적경 : 12h 20m 적위 : -14°
자오선 통과 / 5월 23일 오후 9시

 

까마귀자리의 주요 구성 별들

 

학명 고유명 의미 밝기(등성) 색깔 거리(광년)
𝛼 Crv Al Chiba 사막 까마귀부리 4.2 오렌지색 60
𝛽 Crv     2.7   108
𝛾 Crv Gienah 오른쪽 날개 2.6   450
𝛿 Crv Algorab 까마귀 3.0 연한노란색 125
𝜖 Crv     3.0   140

 

 

바다뱀자리의 희미한 별들 위로 두 개의 작은 별무리들이 보이며 왼쪽 위의 밝은 별은 처녀자리의 1등성 스피카(Spica. 𝛼 Vir)이다.


두 개의 별무리 중 좌측에 있는 사다리꼴은 3등성의 별들로 이루어져 있어 금방 알아볼 수 있지만,
 그 모양만으로는 전혀 어떤 별자리인지 알아낼 수가 없을 것 같다. 

 

옛 사람들은 이것을 까마귀의 별무리로 보았는데 별들의 놓인 형태에서 그렇게 보았다기보다는 그 아래 있는 바다뱀자리의 신화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사다리꼴의 아래에 보이는 𝛼 별 알 키바(Al Chiba)가 까마귀의 부리에 해당하고 그 왼쪽의 𝛽 별이 까마귀의 다리에 해당하는데 그림으로 보면 그럴 법도 한 것 같다.


까마귀자리의 우측에 있는 별들은 그 모습에서 보는 것과 같이 트로피나 술잔을 연상시켜 준다.

 

컵자리는 천상의 술잔을 상당히 그럴듯하게 나타내고 있기는 하지만 컵의 그릇 부분에 해당하는 별들이 모두 어두운 5등성이어서 쉽게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바다뱀자리를 커다란 강으로 본다면 컵자리의 아래부분에 해당하는 사다리꼴의 별들은 강을 따라 내려가는 작은 배의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

 

 

어떻게 찾을까?

 

두 별자리 모두 처녀자리의 스피카(Spica.1등성) 서쪽에서 바다뱀자리의 등을 타고 뭉쳐있어 스피카를 기준으로 찾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까마귀자리가 더 쉽게 눈에 들어오므로 이것을 먼저 찾고 그 동쪽에서 컵자리를 찾는 것이 좋다. 

 

북두칠성에서부터 아크투루스(Arcturus. 𝛼 Boo)를 거쳐 스피카로 내려오는 봄철의 대곡선은 봄의 별자리를 찾는 데는 가장 좋은 길잡이다.


이 대곡선을 스피카에서 남쪽으로 약 15도(°) 정도 더 연장하면 까마귀자리가 나타난다.

까마귀자리와 무관하게 컵자리를 찾는 방법으로 사자자리의 뒷부분을 이용할 수 있는데 사자의 둔부에 해당하는 𝛿 별과 𝜖 별을 이어 그대로 남쪽으로 내려오면 바다뱀자리 바로 위에서 컵자리를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술이 담긴 컵의 그릇부분은 하늘의 상태가 좋아야만 찾을 수 있다. 

 

하늘의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무리해서 찾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컵자리와 까마귀자리를 이루는 별들은 무엇이 있을까?

 


★ 돛대별 (The Spanker Sail)


까마귀자리의 네 개의 3등성 𝛽, 𝛾, 𝛿 그리고 𝜖이 만드는 사다리꼴은 그 모양이 범선에 다는 돛과 비슷하여 돛대별(the Spanker Sail)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봄철의 어두운 남쪽하늘에서 외롭게 떠 있는 이 사변형의 별을 바라볼 때면 긴 강을 따라 작은 돛단배 하나가 홀로 떠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돛의 윗부분인 𝛾 별과 𝛿 별을 이어 펼치면 처녀자리의 𝛼 별 스피카에 이르게 된다.

컵자리와 까마귀자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을까?

 


★ 컵자리


컵자리는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있어 온 별자리지만 컵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어떻게 하늘의 별자리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술의 신 디오니수스(Dionysus)의 술잔이라고도 하고, 또는 아폴로(Apollo) 신의 술잔이라는 말도 있다.

 

 

콜키스(Collcis)의 왕녀 메데아(Medea)가 악마의 약초 즙을 따른 잔이라고도 하고, 노아(Noah)의 포도주잔이라고도 한다. 

 

이외에도 컵의 주인으로 이야기되는 사람들은 셀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아마 신화나 전설에 나오는 술잔은 거의 다 거론되고 있는 것 같다.


여러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그럴 듯한 것은 까마귀자리(Corvus)와 관련된 것이다.

까마귀자리의 신화를 읽어보면 아폴로신이 까마귀, 물뱀과 같이 물컵을 하늘로 던져버린 이야기가 나오는데 컵이 물뱀자리와 까마귀자리 옆에 있어서 그런지 이 이야기가 자리에 얽힌 가장 널리 알려진 신화가 되었다.

 

★ 까마귀자리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까마귀는 해의 신 아폴로(Apollo)가 키웠던 은색의 날개를 가진 아름다운 새였다고 한다. 

 

이 까마귀가 하늘의 별자리가 된 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가 있다. 

 

아폴로 신의 애완조였던 까마귀 - 그 당시엔 까마귀가 아니었을 것이다 - 는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는 영리한 새였는데, 대단한 수다쟁이에다 거짓말쟁이였다. 

 

 

어느날 아폴로는 그의 아내 코로니스(Coronis)가 간통하고 있다는 까마귀의 거짓 보고에 속아서 마중 나온 코로니스를 죽이고 만다.

아내가 죽은 후에야 속은 것을 안 아폴로는 아름다운 까마귀를 새까맣게 바꿔버리고 두 번 다시 인간의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였고, 그것 만으로
 화가 풀리지 않은 아폴로는 까마귀를 하늘에 매달아 더 이상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였다고 한다.

 

하늘에서 까마귀는 컵자리 곁에 약간 떨어져 있는데 이것은 아폴로가 본보기를 보이기 위해 컵의 물에 까마귀의 주둥이가 이르지 못하게 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화의 또 다른 이야기는 까마귀가 하늘의 별자리가 된 것을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아폴로신이 멀리 있는 샘물을 마시기 위해 자신이 키우던 까마귀를 날려보낸 적이 있었는데
까마귀는 도중에 탐스러운 열매가 달리기 시작한 무화과 나무를 발견하고 아폴로신의 명령도 잊은 채 그 열매가 익을 때까지 무화과나무의 그늘진 잎 속에서 기다렸다.


얼마 후 잘 익은 무화과를 먹어 치운 까마귀는 아폴로신의 명령을 기억하고 변명할 방법을 궁리하였고,
마침내 까마귀는 샘 근처에서 물뱀 한 마리를 잡아 물컵과 함께 신에게 가지고 돌아왔다. 

 

까마귀가 늦은 이유를 물뱀에게 돌리려고 하자,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던 아폴로신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이들 셋 - 까마귀, 물뱀, 물컵 - 을 모두 하늘로 집어던져 버렸다.

 

그래서 물뱀(Hydra)은 하늘에서 물컵(Crater)를 보호하게 되었고, 불쌍한 까마귀는 죄의 대가로 물컵을 옆에 놓고도 갈증을 풀 수 없게 되었다.

 

이것이 다른 새들과 달리 까마귀만이 그의 어린 새끼에게 물을 날라다 줄 수 없는 이유라고 한다.


이외에도 이 까마귀는 대홍수 때 노아가 날려 보낸 갈까마귀로 쉴 곳을 찾지 못해 물뱀 위에 내려앉아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컵자리의 깊은 하늘

 

NGC 3887 - 나선 은하 - Hubble Legacy Archive - 미처리 - 2001년 8월

 

NGC 3887 (RA: 11h47m06.0s DE:-16°51'00")


컵자리에는 몇 개의 은하가 포함되어 있지만 모두 11등급으로 희미하며 큰 망원경을 사용해야 자세히 볼 수가 있다.

 

이들 중 가장 밝은 것은 막대나선은하 NGC 3887이며 밝기는 10.6이고 43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RX J1131-1231 - 블랙홀과 퀘이사 - 찬드라 X선 관측소와 허블 우주 망원경 - 2014년 3월

 

퀘이사 RX J1131-1231 (RA: 11h31m 51.60s DE:-12°31'57.00")


허블 우주 망원경의 광학 이미지와 찬드라 X선 관측소의 X선 이미지가 아래 이미지에 결합되어 과학자들이 60억 광년 떨어진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의 퀘이사 폭발을 포착할 수 있었다.

 

퀘이사는 RX J1131-1231로 명명되었으며, 그 데이터는 블랙홀의 회전을 측정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중력 렌즈 효과에 의해 생성된 배율의 도움을 받아 지금까지 측정된 이러한 유형의 가장 먼 거리 측정으로 60억 년 전 우주의 가장자리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폭력에 대한 전례 없는 시각을 제공한다.

 

까마귀자리의 깊은 하늘

 

NGC 4361 - 행성상 성운 - 스피처 우주 망원경 - 2009년 8월

 

NGC 4361 (RA: 12h24m 30.0s DE:-18°47'00")


별자리 중앙에는 밝은 행성상 성운 NGC 4361이 있는데, 이는 죽어가는 별이 내뿜는 가스 거품이며, 10.9 등급에 불과한 희미한 천체로 지구에서 3900 광년 떨어져 있다.

 

NGC 4038-4039 - 더듬이 은하 - Bob and Bill Twardy/Adam Block/NOAO/AURA/NSF - 2006년 10월

 

더듬이 은하 (RA: 12h01m 54.0s DE:-18°52'00")


훨씬 더 멀리 6300만 광년 떨어진 곳에는 장관을 이루는 한 쌍의 은하 NGC 4038과 NGC 4039가 있다.

 

이들의 상호 중력 인력은 1억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거칠고 열정적인 모습으로 그들을 서로 끌어당겨 하나가 되었다.

 

이들은 10.3 등급의 더듬이 은하 또는 고리 꼬리 은하로 알려져 있다.

 

NGC 4038-4039 - 중부 지역 - 허블 우주 망원경 - 2006년 10월

 

허블 우주 망원경으로 자세히 보면 수천억 개의 별이 서로 충돌하는 다채로운 혼돈과 폭력이 드러난다.

 

NGC 4027 - 유럽 남부 천문대, 칠레 - 2010년 7월

 

NGC 4027 (RA: 11h59m 30.0s DE:-19°16'00")


더듬이 은하 바로 아래에는 NGC 4027 (Arp22)이 있는데, 긴 나선팔이 하나만 있는 특이한 나선은하이다.

 

겉보기 등급은 11.1이고 약 7500만 광년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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